무장애 객실의 관건은 존재 여부가 아니라 실제로 쓸 수 있는가다. (자료 사진 자리 — 실제 촬영분으로 교체)
제4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참가하는 선수와 임원 1만여 명은 제주에서 최소 닷새 밤을 보낸다. 경기력은 잠자리에서 시작된다 — 휠체어에서 침대로 옮겨 앉을 수 있는지, 샤워기에 손이 닿는지, 비상시 경보를 들을 수 없는 선수에게 불빛으로 알려주는지. 이번 회는 법이 정한 기준과 공개된 조사 결과로 제주 숙박의 현주소를 점검했다.
법이 정한 최소
장애인등편의법이 정한 기준부터 보자. 관광숙박시설(호텔 등)은 전체 객실의 3% 이상, 객실 30실 이상의 일반·생활숙박시설은 1% 이상을 장애인 등이 이용 가능한 객실로 설치해야 한다. 단, 이 기준은 2018년 1월 말 이후 신축·증축하는 시설부터 적용된다. 그 이전에 지어진 다수의 호텔·숙박시설은 이 의무의 바깥에 있다. 법의 숫자만으로는 "지금 제주에 무장애 객실이 몇 개 있는가"에 답할 수 없다는 뜻이다.
4·5성급 호텔의 성적표
실측 자료는 있다. 제주장애인인권포럼과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는 2024년 4월부터 11월까지 도내 4·5성급 호텔의 장애인 접근성을 전수 조사해 그해 12월 결과를 발표했다. 도내 4·5성급 호텔 39곳 중 37곳이 조사에 응했고, 2곳은 조사를 거부했다.
결과는 이렇다. 의무설치 편의시설(전용주차장·접근로·장애인 화장실과 객실 등 82개 항목)의 설치율은 88%. 그러나 장애인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따진 적정설치율은 79.2%로 떨어졌다. 조사 기관의 표현을 빌리면, 도내 4·5성급 호텔 10곳 중 2곳은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부적합했다.
세부 항목은 더 구체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장애인 객실의 침대 높이가 적정한 곳은 34.3% — 셋 중 하나다. 침대가 휠체어 좌면보다 높으면 혼자 옮겨 앉을 수 없다. 객실 화장실의 샤워기에 접근할 수 있는 곳은 57.1%. 청각장애인에게 비상상황을 불빛으로 알리는 객실 점멸경고 설치는 62.5%에 그쳤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출입문 점자블록(18.9%), 계단 점자블록(11.8%), 계단 손잡이 점자표시(5.9%)는 사실상 없는 수준이었다. 한 호텔은 장애인 전용주차장에 물건을 쌓아 두어 사용 자체가 불가능했다.
시설보다 더 낮은 것 — 정보와 사람
이 조사에서 가장 낮은 숫자는 시설이 아니라 정보와 응대에서 나왔다.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장애인 객실을 안내하는 호텔은 37곳 중 단 1곳이었다. 타 시·도 선수단이 예약 단계에서 "이 호텔에 무장애 객실이 있는지, 어떤 사양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점자안내판을 설치한 호텔은 3곳, 그마저 당사자가 실제 쓸 수 있는 곳은 0곳이었다. 안내견 출입에 대해 9곳이 불가 입장을 밝혔고 — 안내견 거부는 법이 금지하는 차별이다 — 관광약자 맞춤 서비스 교육을 시행한 호텔은 한 곳도 없었다. 2025년 3월부터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관광활동 차별금지 조항까지 시행됐다. 대회를 두 달 앞둔 지금, 이 성적표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된 자료는 없다.
도의 준비 — 조사는 했다, 결과는 어디에
제주도의 대응 방향은 맞다. 도는 선수단이 실제 체류할 관광숙박시설·생활숙박시설·농어촌민박을 대상으로 무장애 객실·경사로·승강기 확보 여건을 조사하는 숙박 실태조사를 올해 1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고, 숙박시설에 임시 경사로 임차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6월 대표자회의에서는 숙소 맞춤형 경사로 설치를 편의 대책으로 보고했다.
그러나 그 실태조사의 결과 — 확보된 무장애 객실이 몇 실인지, 지역별로 어떻게 분포하는지, 1만 명 수요에 충분한지 — 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조사가 끝났다면 숫자가 있을 것이고, 그 숫자는 선수단의 숙소 배정과 예약이 시작되기 전에 공개되어야 의미가 있다.
공개가 필요한 다섯 가지
숙박과 관련해 다음 다섯 가지는 대회 전에 공개적으로 확인될 필요가 있다. ① 실태조사로 확보된 무장애 객실 수와 지역별 분포 ② 휠체어 이용 선수의 숙소 배정 기준(경기장과의 거리 포함) ③ 임시 경사로 임차 지원의 신청·설치 실적 ④ 각 숙소의 무장애 정보를 예약 전에 확인할 수 있는 안내 체계 ⑤ 대회를 계기로 개선된 객실·시설 중 대회 후에도 유지되는 것. 제주도가 발표하는 대로 이 연재에 반영한다.
대회는 6일이지만, 객실은 남는다. 1만 명을 위해 점검되고 고쳐질 잠자리가 대회가 끝난 뒤 제주를 찾는 모든 관광약자의 잠자리가 될 수 있는지 — 그것이 이 연재가 계속 묻는 질문이다.
숫자로 본 제주의 숙박
| 법정 기준 | 관광숙박시설 객실의 3%, 30실 이상 일반·생활숙박시설의 1% (2018년 이후 신·증축 적용) |
|---|---|
| 호텔 조사 | 4·5성급 39곳 중 37곳 조사(2곳 거부) — 의무시설 설치율 88%, 적정설치율 79.2% (2024,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인권위 제주출장소) |
| 낮은 항목 | 침대 높이 적정 34.3% · 샤워기 접근 57.1% · 객실 점멸경고 62.5% · 점자안내판 적정 0곳 |
| 정보·응대 | 홈페이지 장애인 객실 안내 1곳 / 안내견 출입 불가 입장 9곳 / 관광약자 교육 시행 0곳 |
| 도의 준비 | 숙박 실태조사(2026. 1. 완료 계획)·임시 경사로 임차 지원 — 조사 결과는 미공개 |
※ 자료 출처: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주장애인인권포럼·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 「제주지역 호텔업 장애인 접근성 모니터링」(2024. 12. 발표, 제주투데이 등 보도), 제주특별자치도 숙박 대책 발표(국제뉴스 등 보도), 제주도 전국체전기획단 대표자회의 발표(2026. 6.). 모든 내용은 공개된 자료를 근거로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