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하러 간 자리에서 돌려보내진다면 — 문턱은 건물에만 있지 않다. (자료 사진 자리)
지난 3월 22일, 충북 청주의 한 예식장.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뇌병변장애인 이종일 씨(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결혼식 하객으로 갔다가 입구에서 멈춰 섰다. 예식장 측은 "바닥 타일이 깨질 수 있다", "안전상 전동휠체어는 어렵다"며 출입을 제지했고, "걸어서 들어올 수 있으면 들어오라"는 취지의 말과 함께 수동휠체어로 갈아탈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예식장에 수동휠체어는 구비돼 있지 않았고, 그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다(더인디고·KPI뉴스·충북인뉴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4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단체들은 시설 이용 거부, 보조기구 사용 방해, 모욕적 언동이 모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한다며, 공식 사과와 출입 거부 방지 기준 마련, 직원 인권교육, 시설 점검·개선,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더인디고). 진정에 대한 인권위의 판단은 이 글 시점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예식장의 말 — 반론도 성실히 적는다
예식장 측의 설명은 이렇다. "전동휠체어는 중량이 무겁고, 실제로 바닥이 파손되는 경우가 있었다", "바닥이 파손돼 안전사고 우려가 있었다". 걸어오거나 일반 휠체어로 갈아타고 들어오도록 안내했으나 소통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했다. 사건 후 지역 장애인단체가 사과와 '무장애 예식 문화 조성 상생협약'을 제안했으나, 사과문 문안을 둘러싼 이견 끝에 협약은 무산됐다(충북인뉴스).
안전에 대한 우려 자체를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오래된 건물의 바닥 하중, 좁은 통로, 혼잡한 연회장은 시설 운영자가 실제로 마주하는 조건이다. 문제는 그 우려가 어디로 향하는가다 — 시설을 고치고 동선을 마련하는 쪽인가, 사람을 돌려보내는 쪽인가.
법의 기준 — 그리고 법의 사각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는 시설물의 접근·이용에서 장애인을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하지 못하도록 한다(제4조는 차별의 정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별표1은 바닥면적 합계 500제곱미터 이상의 집회장 — 예식장이 여기에 속한다 — 을 편의시설 설치 의무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경사로와 승강기, 장애인용 화장실 같은 설비가 이 의무의 내용이다.
그러나 이 의무에는 널리 알려진 사각이 있다. 편의시설 설치 의무는 시설을 새로 짓거나 크게 고칠 때 적용되며, 법 시행 전부터 있던 건물에는 소급되지 않는다. 기준 면적에 미치지 못하는 시설도 의무 바깥에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장애인 접근권 집단소송이 겨누는 것이 바로 이 구조다(더인디고). 법이 정한 최소선 위에 있는 시설이라 해도, 지은 지 오래된 예식장이라면 의무 없이 운영되고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주목할 것은 인권위 판단의 최근 흐름이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지난 6월, 야외 대중음악 공연에서 휠체어석을 제공하지 않은 것을 차별로 판단하며 "기획 단계에서 장애인의 접근성과 안전을 함께 고려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며, 안전상의 우려만을 이유로 장애인의 참여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더인디고·한국NGO신문). 수만 명이 모이는 공연장의 '안전'도 배제의 근거가 되지 못했다. 예식장의 '바닥 타일'은 어떤 판단을 받게 될까.
제주에서는 — 예식장이 정보망 바깥에 있다
이 사건을 제주로 가져와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결혼식은 관광이 아니라 일상의 의례다. 도민 누구나 하객이 되고 혼주가 되며,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도민에게도 청첩장은 온다.
이 글은 도민이 예식장의 접근 가능 여부를 '미리 알 수 있는가'를 공개 정보망에서 점검했다(2026. 7. 22. 열람 기준). 결과는 공백이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가 운영하는 접근성 포털 '이지제주'는 관광지·음식점·숙소·공중화장실·전동보장구 급속충전기의 다섯 범주로 접근성 정보를 제공한다 — 예식장·연회장 범주는 없다. 한국관광공사의 전국 접근성 정보망 '열린관광 모두의 여행'도 관광지와 숙박시설 중심이어서, 도내 일부 호텔이 숙박시설로 등재돼 있을 뿐 연회장·예식 공간의 접근 정보는 별도로 확인되지 않는다. 관광객의 하루를 위한 접근성 정보는 쌓이고 있지만, 도민의 일생 의례가 열리는 공간은 그 정보망 바깥에 있는 셈이다.
도내 편의시설의 질도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이 2024년 도내 공중화장실 295곳을 조사한 결과 장애인 화장실이 적합 판정을 받은 곳은 38%에 그쳤고, 휠체어 진입이 불가능한 구간이 65곳이었다(프레시안, 2024. 11.). 전국 단위로도 2023년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편의시설 설치율은 89.2%였지만 법적 기준에 맞게 설치된 적정설치율은 79.2%로, 양적 확대에 비해 질적 수준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다(더인디고 등).
한눈에 보기 — 사건과 제도는 지금 어디에 있나
| 청주 사건 | 2026. 3. 22. 발생 → 4. 13. 인권위 진정(장추련·충북장차연) → 인권위 판단 대기 |
|---|---|
| 법의 기준 | 장차법 제18조 시설물 접근·이용 차별금지 / 편의법상 집회장(예식장) 500㎡ 이상 편의시설 의무 |
| 법의 사각 | 의무는 신·증·개축 시 적용(기존 건물 소급 없음), 기준 면적 미만 시설은 의무 밖 |
| 인권위 선례 | 2026. 6. 야외공연 휠체어석 미제공 = 차별 — "안전상 우려만으로 배제 불가" |
| 제주의 공백 | 이지제주 5개 범주(관광지·음식점·숙소·공중화장실·충전기)에 예식장·연회장 없음(2026. 7. 22. 기준) |
다섯 가지 질문 — 점검은 여기서 시작된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하객이 예식장에 가기 전 알아야 하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첫째, 주출입구에 단차 없이 들어갈 수 있는가(경사로 포함). 둘째, 연회장이 있는 층까지 전동휠체어가 탈 수 있는 승강기가 있는가. 셋째, 장애인용 화장실이 있는가. 넷째,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있는가. 다섯째, 이 정보를 방문 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는가 — 홈페이지든 전화든.
다섯째 질문이 실은 첫째 질문이다. 설비가 있어도 알 수 없다면 없는 것과 같고, 설비가 부족해도 미리 알려 준다면 대안을 준비할 수 있다. 이 글은 이 다섯 질문을 기준으로 도내 예식장·연회장의 공개 정보를 표본 점검하는 후속 글을 준비한다.
예식장·연회장에서 휠체어로 겪은 일이 있다면 나눠 주세요. 들어가지 못했던 일도, 배려가 좋았던 일도 모두 기록될 가치가 있습니다. 보내 주신 이야기는 확인을 거쳐 후속 글에 반영하며, 원하시면 익명으로 다룹니다. 개별 시설의 이름은 싣지 않습니다. 참여는 [온라인 물음지](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8l36JU0CSBLyzOHBa8Hd21j8OU5Y-4BYevRm_ufhT8dI0Rg/viewform)에서.
청주의 진정 사건은 인권위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 판단이 나오는 날, 이 글은 제주의 공백과 함께 다시 쓰일 것이다. 차별 상담·진정은 국가인권위원회(1331), 장애인 학대·차별 신고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1644-8295), 보건복지상담센터(129).
※ 자료 출처: 더인디고·KPI뉴스·충북인뉴스의 사건 및 진정 보도, 더인디고·한국NGO신문의 인권위 공연장 결정 보도,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별표1(2022. 4. 27. 개정), 이지제주·열린관광 공개 정보(2026. 7. 22. 열람), 프레시안(제주장애인인권포럼 2024 조사), 2023년 보건복지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현황 조사. 모든 발언은 공개 보도 재인용이며 직접 취재가 아니다. 예식장은 원 보도의 표기에 따라 익명으로 하며, 인권위 판단 등 추가로 확인되는 내용은 후속 글에 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