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계속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우리가 돌보던 어르신을 내년에도 계속 돌볼 수 있게 해달라."
10월 1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제주생활지원사지부 한명숙 지부장이 한 말이다. 노조는 이날 생활지원사의 정년 연장과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확인·복수]
고용을 지켜 달라는 요구인데, 문장의 끝은 이용자에게 가 있다. 이 글은 그 문장을 장애인 활동지원으로 옮겨 보려고 시작했다. 옮겨 보니 그대로 옮겨지지 않았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를 적는다.
제주 생활지원사에게 일어난 일
· 노조가 9월에 정년 연장·고용안정 교섭을 요구했으나, 교섭 대상 5개 기관 가운데 3곳이 거부하거나 응하지 않고 있다
· 민간기관 두 곳이 노인맞춤돌봄사업 수탁 입찰을 포기했다
· 이로 인해 생활지원사 대량해고와 함께 이용 어르신 9000여 명의 돌봄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노조는 만 65세인 정년을 만 69세까지 연장할 것을 요구했다
· 복지부 회신을 통해 지역 수행기관 내부규정·노사합의·지역 특성에 따라 예외규정을 둘 수 있고, 정년을 조정해 운영할 경우 만 65세를 초과한 생활지원사를 고용해 보조금으로 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민간이 포기한 사업을 제주도사회서비스원이 맡으라고 요구했다. 서귀포에서 이미 1개 권역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 위성곤 지사 비서실에 교섭요구서를 전달하고 범도민 서명운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여기서 돌봄이 끊기는 경로는 두 겹이다. 정년으로 개인이 그만두고, 수탁 포기로 기관이 통째로 사라진다.
같은 구조가 장애인 활동지원에도 있는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확인에 들어갔다. 결과는 두 제도의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기관이 자리를 얻는 방식
· 노인맞춤돌봄 수행기관 — 지자체가 위탁, 수탁 입찰로 정한다. 기간이 끝나면 다시 입찰한다
· 장애인 활동지원기관 —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이 지정한다. 시설·인력 기준을 갖추면 지정을 받는 방식이다 [확인·단일]
노동자의 연령
· 생활지원사 — 만 65세 정년이 적용돼 왔고, 노조가 69세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 활동지원사 — 법에 정한 연령 상한이 없다(아래 참조)
끊길 때의 모양
· 생활지원사 — 입찰 주기에 맞춰 기관 단위로 한꺼번에
· 활동지원사 — 대체로 이용자 한 명씩 따로
구조가 다르다는 것은 "생활지원사 사안이 곧 활동지원 사안"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수탁 입찰 포기로 기관이 사라지는 일은 활동지원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활동지원사에게는 정년이 없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활동지원인력」 안내를 직접 열어 확인했다(10월 2일 조회). 활동지원인력의 결격사유(법 제29조)와 그 밖의 제한 사유가 모두 열거돼 있는데, 그 목록 어디에도 나이가 없다. 해당 안내 문서 전체에 '65세'라는 표현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확인·단일]
· 결격사유 — 정신질환자(전문의가 적합하다고 인정하면 제외), 마약·대마·향정신성 의약품 중독자, 피성년후견인·피한정후견인, 금고 이상 형의 집행이 끝나지 않은 사람, 성폭력범죄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사람, 자격 취소 후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은 사람
· 그 밖의 제한 — 활동지원급여 수급자·노인장기요양 수급자, 활동지원기관이 아닌 사회복지시설의 장·종사자, 재가노인장기요양기관의 장·종사자, 활동지원기관의 장·전담관리인력
· 수급자와 배우자·직계혈족·형제자매 등의 관계인 경우 그 수급자에게 급여 제공 불가
연령에 관한 제한은 없다.
그러므로 "정년이 서비스를 끊는다"는 문장은 생활지원사에서는 성립하지만, 활동지원사에 그대로 옮기면 사실과 어긋난다. 이 글의 처음 가설은 여기서 수정됐다.
다만 법에 정년이 없다는 것과 현장에 정년이 없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개별 활동지원기관이 내부 규정으로 연령 기준을 두고 있는지, 고령 활동지원사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확인 필요]
그런데 도착하는 자리는 같다
정년이 없는데도 활동지원의 연계는 끊긴다. 이 매체가 어제 전한 수치가 그것이다.
급여를 받고도 6개월 이상 쓰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가장 많은 답이 '활동지원사 미연계'로 900명(35.89%)이었다. 그 가운데 발달장애인의 특성으로 인한 기피가 179명(19.89%)이었다. 2024년 9월 공개된 국정감사 자료다. [확인·단일]
끊는 장치가 다를 뿐이다.
· 생활지원사 — 정년과 수탁 입찰이라는 제도의 장치가 고용을 끊는다. 날짜가 정해져 있고, 한꺼번에 일어난다
· 활동지원사 — 낮은 보수와 구인난, 특정 이용자에 대한 기피가 연계를 성사시키지 못하게 한다. 날짜가 없고, 한 사람씩 조용히 일어난다
이용자 쪽에서 보면 둘은 구분되지 않는다. 어느 쪽이든 어느 날 그 사람이 오지 않는다.
공통점은 고용이 아니라 관계다
두 사안을 한자리에 놓을 수 있는 이유는 계약 형태가 같아서가 아니라, 돌봄에서 사람이 바뀌는 일의 비용이 유난히 크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만난다. 말이 적은 이용인이 무엇을 원할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떤 순서로 해야 씻기가 수월한지, 어느 길로 가야 덜 불안해하는지는 문서로 넘어가지 않는다. 사람이 바뀌면 그 축적이 0이 되고, 돌봄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생활지원사 지부장의 말이 "계속 일하게 해달라"에서 "우리가 돌보던 어르신을 내년에도"로 이어진 것은 그래서다. 고용 안정 요구와 서비스 연속성 요구가 같은 문장 안에 있다.
우리 시설도 같은 구조 안에 있다
이 문제는 남의 제도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복지시설 역시 상당수가 지자체 위탁으로 운영되고, 위탁 기간이 끝나면 재공모를 거친다. 수탁 법인이 바뀔 때 종사자 고용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이용인이 만나던 사람이 한꺼번에 바뀔 수 있다. 종사자 정년 역시 시설 운영규정의 문제다.
· 우리 시설·기관의 위탁 기간 만료일과 재공모 일정
· 수탁 법인이 바뀔 경우의 고용 승계 조항이 위탁 협약서에 있는지
· 운영규정상 종사자 정년과 촉탁·재고용 근거의 유무
· 이용인별 지원 내용을 사람이 바뀌어도 넘어가는 형태로 기록하고 있는지 — 개인별지원계획, 일상 지원 기록, 의사소통 방식 메모
마지막 항목은 사람이 바뀌는 것을 막지는 못하지만, 바뀔 때의 손실을 줄인다. 고용을 지키는 일이 1차이고, 기록은 2차다. 순서를 바꾸면 기록이 고용 불안정을 정당화하는 데 쓰인다
공개되면 확인할 수 있는 것들
㉡ 제주도사회서비스원이 추가 권역을 맡을 수 있는 정원·예산 여력
㉢ 도내 장애인 활동지원기관 수와 설치·운영 형태(법인 직영인지 지자체 위탁인지)
㉣ 도내 활동지원사 수와 연령 분포, 기관 내부 규정상 연령 기준의 유무
㉤ 활동지원기관이 지정 취소·폐업한 경우 이용자 재연계에 걸린 기간
㉥ 노인맞춤돌봄 생활지원사 정년의 근거 규정(사업안내 지침 원문)
팩트체크
· 한명숙 지부장 발언 — 확인(단일)(제주도민일보)
· 활동지원기관이 시장·군수·구청장의 지정 대상이라는 점 — 확인(단일)(「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20조). 다만 개별 기관이 지자체 위탁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 활동지원인력에 연령 제한이 없다는 점 — 확인(단일)(보건복지부 「활동지원인력」 안내 직접 조회, 2026. 10. 2.). 결격사유·제한 사유 목록에 연령 항목이 없고 해당 안내 전체에 '65세' 표기가 없음을 확인했다. 법률·시행규칙 조문 전체를 축조 대조하지는 않았다
· 생활지원사 정년이 만 65세라는 점 — 확인(복수)(노조 주장과 두 매체 보도).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사업안내 지침 원문은 대조하지 못했다
· 미연계 900명(35.89%)·발달장애인 기피 179명(19.89%) — 확인(단일)(백종헌 의원실 복지부 제출자료, 2024. 9. 공개). 2년 전 수치다
· 사회복지시설의 위탁 운영과 고용 승계 관행 — 확인 필요(일반적 설명이며, 제주 도내 시설의 위탁 조건을 개별 확인하지 않았다)
· 도내 활동지원기관 수·활동지원사 연령 분포 — 확인 필요(활동지원 공식 누리집의 기관 검색이 조회 시점에 작동하지 않았다)
· 제주의소리 보도에 담긴 특정 기관장 관련 주장 — 이 글에 쓰지 않았다(한쪽 주장이고 당사자 반론이 확인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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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글로 읽기
어르신을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을 생활지원사라고 합니다.
장애인을 돕는 일을 하는 사람은 활동지원사라고 합니다.
10월 1일에 있었던 일
제주에서 생활지원사들이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계속 일하게 해 주세요."
"우리가 돌보던 어르신을 내년에도 계속 돌보게 해 주세요."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생활지원사는 65세가 되면 일을 그만둬야 합니다.
그리고 일을 맡았던 회사 두 곳이 "이제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일하던 사람들이 그만두게 되고, 9000명 어르신이 돌봐 줄 사람을 잃습니다.
장애인 쪽은 어떨까요?
알아봤습니다. 조금 다릅니다.
활동지원사는 나이 때문에 그만두지 않아도 됩니다. 법에 나이 제한이 없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비슷합니다
활동지원사도 사람이 모자랍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못 받는 사람 중에 10명 중 3~4명은 "올 사람이 없어서"입니다.
왜 중요할까요?
사람이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해 줘야 편한지를 그 사람은 알고 있었는데 새로 온 사람은 모릅니다.
그래서 '누가 오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이 계속 오느냐'가 중요합니다.
어려운 말 풀이
- 정년: 나이가 차면 일을 그만두게 하는 제도예요.
- 수탁: 나라나 도청이 하는 일을 다른 기관이 맡아서 하는 것이에요.
- 입찰: 그 일을 누가 맡을지 정하는 절차예요.
- 지정: 조건을 갖추면 "이 기관은 이 일을 해도 된다"고 허락해 주는 것이에요.
- 미연계: 도움받을 시간은 정해졌는데 올 사람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예요.